기획취지
카와카미 오토지로(川上音二郎;1864-1911) 극단이 일본에서 최초의 "오토기 시바이(お伽芝居;아동연극)"를 상연한 것이 1903년. 그 후 아이들과 청소년을 테마로 하는 연극(이하 '아이들'에 '청소년'도 포함하기로 한다)은 그 목적이나 내용, 형식, 대상으로 하는 관객 등에 있어 다양한 확대를 보여 왔다. 21세기에 들어 그 확대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가속하는 정보화 사회,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 사회 격차의 확대,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지방의 과소화 등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활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아이들은 최신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폭넓은 정보를 획득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한다면 그/그녀들은 자신이 가진 창조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도 있다. 반면 디지털 미디어의 보급에 의한 실재감의 상실이나 타인과의 희박한 관계성, 자신의 세계에 도취하여 고립을 심화시키는 등의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교내 폭력, 괴롭힘, 등교 거부, 가정폭력, 약물 남용, 아동학대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러한 것들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연극의 내용뿐만 아니라 방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어른에게 있어서도,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금세기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현대연극 작품 중에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육아, 한부모 가족의 빈곤,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부모, 노인과 아이들, 괴롭힘과 자살을 둘러싼 부모들의 대립 등을 주제로 한 연극도 등장하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아이들과 현대사회의 관계, 특히 아이들을 둘러싼 사회문제에 주목하면서 '아이들'을 테마로 하는 연극작품과 활동을 다각적으로 전시한다. 2019년은 국제연합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조약" 채택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아이들의 '살아갈 권리' '성장할 권리' '보호받을 권리' '참여할 권리'를 의식하여 다음과 같은 전시 구성을 왼쪽에 기재했다.
먼저 과거에 상연된 아동연극 자료와 츠보우치 쇼요(坪内逍遙;1859-1935)의 아동극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 아동연극 역사의 일단을 제시한다. 각 시대 아동연극의 특징을 다루면서, 박물관과 각 극단이 소장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를 전시한다.
두 번째는 주로 프로 극단이 만드는 ‘아이들’을 테마로 하는 현대연극 작품을 다룬다. 여기서는 아이들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도 제시한다. 앞으로 아이를 가질 사람이나 아이를 갖지 않을 사람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아이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기존의 신극 극단이나 아동 연극 전문 극단이 창작한 연극 작품에, 21세기 들어 활약이 눈에 띄는 소극장에 뿌리를 둔 현대연극 극단의 작품에도 주목하여 연극계 곳곳에서 아이들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다룬다.
세 번째로 '아이들과 사회적 포섭'을 주제로 하는 현대연극 작품을 다룬다. 원래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약한 입장의 존재이지만, 입원 생활을 하는 아이들, 장애가 있는 아이들, 다문화 가정 아이들 등 더욱 약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의 존재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연극이 어떻게 그런 아이들을 다뤄 왔으며, 당사자들에게 어떤 작품을 전달해 왔는지를 제시한다.
네 번째로 지역사회나 학교에서의 연극 활동에 대해 검토한다. 전부터 지역 사회와 학교에서 아이들이 연극을 체험할 기회는 있었지만 21세기에 들어 극단과 극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체가 아이들을 위해 충실한 연극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문화 예술 진흥 기본법"(2001)과 "극장, 음악당 등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2012)이 시행되고, '살아가는 힘' 육성을 테마로 한 새 학습 지도 요령(2002년도 실시)이 도입되어, 많은 단체가 아이들을 테마로 하는 연극을 주요 사업의 하나로 삼게 되었다. 여기서는 어떤 단체가 어떤 연극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지 알아본다.
연극은 '보는 활동'과 '만드는 활동'으로 이뤄져 있어 그 양쪽이 아이들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아이들은 연극에 참여하면서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이 생활하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를 접하여 세계에 대한 시각이나 가치관을 확대해 나간다. 동시에 다양한 지식과 능력 기술을 획득해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넓혀 간다.
아이들을 주제로 하는 연극에 관련된 사람들은 아이들이 가진 독특한 감성과 사고방식, 세계에 대한 시각에 경의를 표하며, 그/그녀들이 가진 가능성을 믿고 연극 활동을 하고 있다. 본 전시에서 다룬 다양한 연극 작품과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희망을 품을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