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외모로 강렬한 메시지를 보낸다. 이것은 인형극의 특기 중 하나로, 특히 초기의 NHK 텔레비전 인형극은 이러한 성격을 능숙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1956년부터 1964년까지 방송된 연속 텔레비전 인형극 〈치로린 마을과 호두나무〉는 야채와 과일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를 무대로 한다. 쿠로야나기 테츠코(黒柳徹子)와 사토미 쿄코(里見京子) 등이 성우로 참가했으며, 인형의 외형은 참으로 귀여우나 야채는 농민과 노동자, 과일은 도시인과 자본가의 은유로 때때로 양 종족이 싸우는 전개를 보인다.
1964년부터 1969년까지 방송된 이노우에 히사시(井上ひさし;1934‐2010)와 야마모토 모리히사(山元護久;1934‐1978) 각본 〈횻코리 효탄지마〉는 지금도 절대적인 지명도를 자랑한다. 카타오카 아키라(片岡昌;1932‐2013)가 디자인한 극단적으로 변형된 캐릭터들은 역시 모두 귀엽고 코믹하여 눈길을 끈다. 하지만 내용에는 전쟁이나 정치, 환경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여기저기 담겨 있다. 게다가 '효탄지마'라는 운명공동체에서 나이와 성별은 물론 신분이나 출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끼리 어떻게 공생할 수 있는가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까지 다룬다. 그러면서도 결코 설교적이지 않고, 어디까지나 경묘한 코미디성를 보여주는 점은 뛰어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인간이 말하면 문제가 될 일도 인형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있다. 귀엽고 코믹한 외모의 인형들에게 우리는 무의식중에 현혹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