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이 생업이 아닌 작가들에 의한 걸작 인형극이 탄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종종 인간이 할 수 없는 인형 고유의 표현이 모색되어 왔다.
인형극단 푸크(PUK)에 의해 1972년 초연된 베츠야쿠 미노루(別役実) 원작 〈푸른 말〉은 사과를 훔친 혐의를 받은 맹인 동생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누나가 동생의 배를 칼로 갈기갈기 찢으며 주장한다. " (배를 크게 찢는다) 자, 보세요. 손을 넣어서 잘 보세요. 사과가 있어요? 사과가 들어있나요?" 결국 누나는 이 행동 때문에 살인죄로 사형을 당하고 만다.
히토미자(ひとみ座)가 1962년 초연한 테라야마 슈지(寺山修司; 1935-1983)원작 〈광인(狂人) 교육〉은 가족 중 한 명이 '미치광이'인 것을 알고, 누구인지를 찾는다. 딸아이 란(蘭)을 의심한 가족이 "차츰 달라붙고 뒤틀려 동화되어 하나의 인형이 되기 시작해" "이윽고 전원의 얼굴과 손을 갖춘 '가족 인형'이 완성되"어 거대한 도끼를 손에 들고 한 번 휘두르자 란의 목이 찢겨 날아간다. 그 후 "인형을 움직이던 인형 조정자들은 예정대로 라는 듯이 일어나 인형을 접는다. 무대에서 퇴장하는 인형 조정자들"이라는 지문으로 막을 내린다.
모두 인형이기에 가능한 그로테스크한 묘사를 포함한 자기 언급적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작가들은 배우가 아닌 인형이 연기하는 의의가 무엇인가를, 인형극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 우리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