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부터 일본 국내에 배급된 퀴어영화의 발전을 더듬어 보면, 성소수자를 가시화하는 2020년 현재의 상황은 20세기에 비해 꾸준히 개선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성소수자의 생활과 권리를 위한 사회운동이 있으며, 그 사회운동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동시에 발전해 온 것이, 촬영 매체와 상영 형태와 함께 다양화된 영상문화다. LGBTQ+ 커뮤니티에 속한 제작자와 관객은 미니 시어터, 영화제, VHS・DVD・Blu-ray・디지털 발매를 통해 작품을 발신・수용하며 SNS의 발전 역시 퀴어 영상문화 형성에 크게 관여해 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외 주류 영상문화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여전히 마이너리티로, 다양한 섹슈얼리티와 젠더 정체성을 표현하는 작품이 더욱더 제작되기를 바란다.
1990년대 ‘게이 붐'과 퀴어・LGBT영화에 특화된 영화제의 융성을 거쳐, 때로 ‘제로년대’라고 불리는 2000년대와 그 이후의 미디어 공간은 성소수자나 동성 간의 친밀함을 어떻게 그려 왔는가. 1990년대 ‘게이 붐’ 속에 『동창생』(1993)과 『아스나로 백서(あすなろ白書)』(1993)에서 게이 남성을 다룬 TV드라마는 제로년대 이후, 『3학년 B반 긴파치 선생님(3年B組 金八先生)』(2001), 『내가 나이기 위해서(私が私であるために)』(2006), 『여자적 생활』(2018) 등에서 트랜스젠더를, 『트랜짓 걸스(Transit Girls)』(2015)와 『고타키 형제와 천신만고(コタキ兄弟と四苦八苦)』(2020) 등에서 레즈비언을 그렸다. 그 밖에도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단발 에피소드를 포함한 연속극이 드문드문 방영되어 왔다.
한편, 영화산업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배출한다. 그 특징 중 하나는 트랜스 미디어 전략에서 찾을 수 있으며, 성소수자가 주요 등장인물인 작품이나 동성 간 애정을 그리는 작품에는 소설, 소녀 만화, BL(Boy's Love) 만화가 원작인 것이 많다. 2012년부터 일본 국내에서 현저해졌다고 알려진 ‘LGBT 붐’ 이후, 제작 편수도 점점 증가해 간다. 하지만 『사토 씨네 아침 식사, 스즈키 씨네 저녁 식사(佐藤家の朝食、鈴木家の夕食)』(2013)나 『안녕 입술(さよならくちびる)』(시오타 아키히코(塩田明彦)감독, 2019) 등 몇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게이 남성의 표상에 집중돼 있어, 왜 표상의 불균형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성소수자를 그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의 성적 성향은 묻지 않지만, 커밍아웃한 작가가 적은 현상도 간과할 수 없다.
나이가 드는 과정(에이징)은 누구나 경험한다. 그러나 그 경험은 절대 균일하지 않다. 젠더, 성적 지향, 경제 격차, 인종, 계급, 장애 등 여러 속성과 그것들의 중첩에 따라 에이징 경험에 차이가 생긴다. 영화나 TV드라마는 늙음과 젊음을 어떻게 그려왔을까.
일본 영화가 늙음을 묘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전후부터라고 한다. 『찢어진 북(破れ太鼓)』 (기노시타 게이스케(木下惠介)감독, 1949)이나 『도쿄 이야기(東京物語)』 같은 전후 일본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가족을 주제로 늙음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한편, 고도 경제 성장기에 돌입한 1950년대 중반 이후,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 원작의 태양족 영화나 요시나가 사유리(吉永小百合)로 대표되는 1960년대 청춘 영화는 젊은 관객을 매료했다. 늙음과 젊음에 관한 관심은 TV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로, 특히 홈드라마 장르에서 다양한 화제작을 배출했다.
늙음과 젊음의 표상은 이성애 규범과 밀접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예를 들면, 남녀의 연애에 중점을 두는 청춘 영화에 앞서 홈드라마가 있다고 가정하면, 사람이 나이 드는 과정에서 선택‘해야 하는’ 인생 절차로 이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려 가족과 같이 늙어 가는 것이 ‘옳다’는 가치관을 관객/시청자에게 심어 왔다. 모든 청춘 영화와 홈드라마가 결혼이나 가족을 행복한 목표로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인생 절차를 기대하는 젠더나 섹슈얼리티의 규범이 일본의 영상 미디어를 통해서 재생산・강화되는 가운데, 어떠한 사람들의 에이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는가.
일본은 1994년에 고령 사회로, 2007년에는 고령자 인구가 21% 넘게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돌입했다. 초고령 사회를 배경으로 노쇠한 신체나 치매를 주제로 한 영화나 TV드라마가 많아졌지만, 『EDEN』(다케 마사하루(武正晴)감독, 2012)이나 『사토 씨네 아침 식사, 스즈키 씨네 저녁 식사(佐藤家の朝食、鈴木家の夕食) 』(2013) 등과 같은 중년이나 고령의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은 아직 적다. 한편, 10대 관객을 타깃으로 한 ‘반짝반짝 청춘영화’의 유행과 호응하듯이 젊은 성소수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 작품군이 눈에 띄게 되었다. 늙음과 젊음이라는 관점을 통해 성 소수자의 표상을 검증할 때, 어떤 표상의 불균형과 배제된 존재가 떠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