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극계의 돌출된 특징으로 극작가와 연출가가 동일 인물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세기는 배우의 시대, 20세기는 연출가의 시대”라는 서구적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극단에서 우선 외부 활동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극작가이고 평가의 장이 되는 시상도 희곡상이 압도적으로 많아 극작가에게 화제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연출만을 전문으로 하는 연출가의 존재감이 희박해진 것은 아니고, 때로 자작인 경우도 있지만, 기존의 희곡을 독자적 해석이 매우 강한 자신만의 색으로 연출하는 재능은 1960년대부터 다수 생겨났다.
신극(新劇)의 대립각으로 탄생한 측면이 있는 앙그라(underground)가, 대항마로서의 존재 이유를 부각할 필요에 의해 기존의 연출방법이나 연기 스타일에 대한 비평성과 신규성이 내외로부터 요구된 면을 그 배경의 하나로 들 수 있다. 니나가와 유키오(蜷川幸雄), 사토 마코토(佐藤信),오오타 쇼고(太田省吾) 뿐만 아니라 이 세대의 연출가는 카리스마가 요구되었지만, 현재의 연출가에게는 연극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유연한 수완을 기대한다. 시즈오카에서 활동하며 토쿄 예술제의 예술 감독에도 취임한 미야기 사토시(宮城聰), 국내외에서 워크숍을 개최하는 타다 쥰노스케(多田淳之介) 가 유연함을 보인다.
상연 장소로부터 연출을 생각해 가는 극단 겟코 퍼레이드(geckoparade)의 쿠로다 미즈히토(黒田瑞仁)는 사토 마코토(佐藤信)의 제자. 키노시타(木ノ下) 카부키의 키노시타 유이치(木ノ下裕一)는 연출가는 아니지만, 자신이 선택해 보정한 고전 희곡을 최상의 형태로 상연하기 위해 연출가나 배우를 결정하는 작업으로 여기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