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쓰야쿠 미노루(別役実)는 범죄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를 항상 투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때때로 실제 사건이나 사건을 예견하는 듯한 작품을 쓰기도 했다.
예를 들면 베쓰야쿠는 1979년에 희곡 『마더, 마더, 마더』를 썼다. 이 작품은 전년에 미국 가이아나의 존스타운에서 일어난 컬트 교단 ‘인민사원’의 집단 자살 사건에서 착상을 얻은 것이다. 이때 베쓰야쿠가 묘사한 시각장애 카리스마 교주와 그를 둘러싼 광신적인 신자들의 폐쇄된 커뮤니티라는 구도는 16년 후 일본에서 지하철 사린 살포 등 옴진리교에 의한 일련의 사건으로 충격적인 현실이 되었다. 베쓰야쿠는 먼 나라의 컬트 교단 사건을 우리의 일상과는 무관한 기이한 사건으로 간과하지 않고 그것을 구조적으로 파악해 일본 사회에 또 하나의 인민사원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을 찾아냈던 것이다.
또한, 베쓰야쿠는 2015년에 3년 전 발각된 아마가사키(尼崎) 연속 변사 사건에서 착상을 얻어 『저 아이는 누우구, 누구일까요』를 쓴다. 어떤 일가에 생면부지 타인이 교묘하게 침투하여 서서히 그 집을 지배하고 급기야는 가족 간의 폭력과 살인으로까지 발전해 나가는 구도는 실로 베쓰야쿠가 초기부터 그려온, 타자가 교묘하게 가족이나 커뮤니티를 파고드는 부조리극의 구조와 흡사하여, 사건이 베쓰야쿠의 희곡을 뒤쫓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염병의 만연으로 모든 교통기관이 정지되어 외부로부터 격리된 거리를 그린 『거리와 비행선』은 코로나 사태에 뒤덮인 현재를 예언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거리에 음침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비행선을 구세주라 믿은 사람들은 비행선에 포탄을 쏘지만, 비행선 안에서 거리로 쏟아진 하얀 가루로 사람들은 죽어 버린다. 구제와 죽음을 중의적으로 표상하는 비행선은 베쓰야쿠에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도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