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쓰야쿠 미노루(別役実)는 1970년대 초 『스파이 이야기』 등에서 인간 ‘혼’의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는 작품을 썼다. 71년의 『소요소요족의 반란』도 베쓰야쿠가 그 후에도 지속해서 그려나간 인간 영혼의 근원적인 모습에 다가간 작품이다.
소요소요족이란 태고의 실어증 민족으로, 배가 고파도 이를 절대 주장하지 않고 굶어 죽는 것으로 호소하는 침묵의 백성을 의미한다. 이 ‘소요소요족’의 이미지는 베쓰야쿠 안에서 양성되어 소요소요족의 성립과 역사를 장대한 스케일로 묘사한 『동화 소요소요족 전설』 시리즈, 「1 우쓰보부네(うつぼ舟)」(1982), 「2 아만쟈쿠(あまんじゃく)」(1983), 「3 우키시마(浮島)의 도읍」(1985)으로 결실을 본다. 자필 원고용지에는 소요소요족 전설을 구축할 때의 상세한 계획이 기술되어 있으며, 이는 소요소요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50년대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창작 노트에 자세하게 기술된 「일본사 연표」도 가공의 역사를 구축하는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소요소요족의 서식지를 상세하게 그린 일련의 ‘오오우미(おおうみ)’ 그림은 베쓰야쿠의 작품으로 보인다.
창작 노트 「비망록」에는 「〈소요소요족〉리포트 ②」라는 제목의 페이지가 있다. 거기에는 「1. 브뤼헐의 소요소요족 징후」「2. 카프카의 소요소요족 징후」「소요소요족 선언에 대하여」라는 기술이 보인다. 이에 따르면 도쿄 각처에서 소요소요족적인 징후가 보인다고 한다.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el)의 이름은 『말에 대한 전술』에 수록된 「『소요소요족의 반란』 창작 노트」에도 뜬금없이 등장하고 있어 「브뤼헐 노트」와의 관련도 흥미롭다.
빈곤과 불행을 소리 높여 주장하지 않고 굶어 죽음으로써 무언으로 호소하는 소요소요족의 사상은 베쓰야쿠의 미학으로서 『거품 일었다, 끓어 올랐다』나 『니시니무쿠사무라이(にしにむくさむらい)』와 같은 ‘소시민물’로 불리는 일련의 작품에서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