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paku 早稲田大学演劇博物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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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in Pandemic―잃어버린 연극과 새로운 표현의 지평

역병과 연극 Theatre and Pandemic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일으킨 팬데믹은 일본인이 처음 겪는 역병의 유행이 아니다. 포창(천연두), 마진(홍역), 콜레라, 결핵, 각종 독감.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되고, 때때로 유행하는 역병은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불가피한 재해이기도 했다. 백신이 일본에 보급되기 전까지는.
역병은 사회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죽음과 비극을 초래했고, 신파의 대표작 <불여귀>(不如帰)처럼 실로 ‘비극’으로서 연극 무대에 올려져 왔다. 이 밖에도 전염병 혹은 질병이 사람에게 가져온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 팬데믹 공황이 초래하는 부조리를 다룬 연극도 있다. 한편, 에도시대 이전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역병을 역신이나 병마로 가시화하여 신앙이나 주술, 식이요법 등으로 대처하려 했다. 그 일단이 역신에의 권진(勸進)을 가부키(歌舞伎) 무용으로 표현한 <간닌보즈 (시키노나가메 요세테미쓰다이)>(願人坊主(四季詠寄三大字))에 나타나 있다. 가부키 배우가 그려진 천연두나 홍역 그림은 역병과 연극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역병을 두려워만 한 것이 아니라 해학을 통해 웃어넘김으로써 공포를 이겨내려고도 했다. 콜레라 유행을 소재로 한 희문(戲文) 『미치유키 미라이에 고로리네』(道行未来へころり寝)나, 19세기 말에 유행한 독감을 다룬 『오소메카제 히사마쓰루스』 (お染風久松留守) 등은 웃음과 역병, 연극과의 접점을 보여준다. 인간은 비참한 상황을 웃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정신력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지나간 역사 속 팬데믹에서 연극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찾아냈을까. 연극이 비춰 온 과거의 역병을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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