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新派)란 구파(舊派)인 가부키에 대항하면서도 그 영향을 강하게 받아 독자적인 사실주의 예술을 확립한 메이지 태생의 새로운 스타일의 연극이다.
19세기 말경인 메이지 20년대에 스도 사다노리(角藤定憲)와 가와카미 오토지로(川上音二郞)와 같은 정치 청년들이 자유 민권 사상 계몽을 위해 공연한 ‘소시시바이’ (壮士芝居)가 원조(遠祖)라고 한다. 같은 시기 이이 요호(伊井蓉峰) 등은 정치색을 버리고 남녀 합동의 예술 지상주의적 연극을 지향했다. 이러한 신시대의 신흥 세력들은 ‘신연극’을 자칭하고 다양화하며, 메이지 30년대 후반부터 ‘신파’라는 명칭이 정착해 간다.
현재 신파라고 하면 화류계를 무대로 하는 이즈미 교카(泉鏡花)의 작품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향이 강할지도 모른다. 신파는 남녀의 연애―특히 여성의 정과 업을 깊이 있게 묘사하고 시대와 사회의 변화 속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그리며 서민의 심성에 호소해 왔다. 그러나 신파에는 그것에만 국한되지 않는 풍부한 광맥이 있다.
수많은 명배우와 명작으로 수놓아져 1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신파의 역사를 펼쳐보면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해 취향을 공들인 첨예한 무대가 있었다. 추문적인 측면을 전면에 내세워 동시대의 풍속과 세태, 문화를 탐욕적으로 도입한 무대도 있었다. 후세에서 보면 다른 장르로 착각할 만한 상연군이 하나의 흥행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쇼와 시대(1926~1989)를 통해서 초대 기타무라 로쿠로(喜多村緑郎)와 하나야기 쇼타로(花柳章太郎)의 온나가타(女形: 여성 배역을 담당하는 남성 배우)와 초대 미즈타니 야에코(水谷八重子) 등의 여배우가 공존하는 양식도 신파의 독특한 미학을 체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래에는 영화감독 야마다 요지(山田洋次)의 무대화 참여나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와 요코미조 세이시(横溝正史) 소설의 극화라는 신작의 태동도 있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본 전시는 메이지 시대부터 이어진 신파라는 연극의 다각적인 면모를 재조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연극박물관의 수장자료를 중심으로 되짚어 보는 역사는 방대하고 다채로운 재산을 매장하고 있는 신파의 한 측면이다. ‘새로움’이나 동시대성이 신파만의 특권은 아니지만, 100년 이상의 역사에 내재하는 아방가르드적인 것을 탐색하여, 신파가 겪어 온 시대를 상상하고 그 수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