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쓰야쿠 미노루(別役実)는 소년기부터 그림과 시, 소설 창작을 가까이하며 와세다대학 입학을 계기로 연극과 만난다. ‘직업예술가’로 세상에 내놓은 희곡은 140편이 넘는다. 다작을 남긴 베쓰야쿠가 마지막 작업으로 임하려 한 것이 동화 『소요소요(そよそよ)족 전설』이라는 실어증 일족을 둘러싼 일대 역사소설의 속편이었다. 병상에서 베쓰야쿠는 ‘침묵’으로 근대 사회에 저항을 표시하려는 종족의 「언어를 둘러싼 투쟁」에 결말을 지으려 한 것이다.
베쓰야쿠는 사회의 주변으로 내몰리면서도 불만의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들을 여러 극작품에 등장시켰다. 소요소요족으로 본 ‘침묵’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란, 베쓰야쿠가 수없이 그려온 인물상이자 그 자신이 관철한 극작가로서의 철학이기도 했다. 베쓰야쿠는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세계에 대해 성실하기 위해서는 침묵할 뿐이다, 라는 철칙을 전제로 어떻게 직업예술가는 문체(文体)를 지속할 수 있을까? 라는 점에서 내 계산이 시작된다.
마치 말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패배 선언처럼도 보이는 이 한 문장을 해독하는 열쇠는 중학교 때 은사인 우에하라 쇼조(上原正三) 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과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이 거기에 있는 것이 아름답다.
베쓰야쿠는 이 말을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침묵’은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단념이 아니다. 인간이 다만 거기에 ‘있는’ 것만을 성실히 알리려는 결의이자 각오인 것이다. 그렇다면 베쓰야쿠는 어떻게 ‘쓰기’를 통해 ‘침묵’을 실행으로 옮겼을까.
본 전시에서는 소년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창작의 원점을 찾고, 마지막 도전이었던 『소요소요족 전설』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절이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82년간의 생애에 걸쳐 베쓰야쿠가 어떻게 드라마투르기를 구축하고, 창작을 통해서 사회에 무엇을 물었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획・전시 구성원
우메야마 이쓰키(梅山いつき)
(긴키(近畿)대학 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