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쓰야쿠 미노루(別役実)는 1958년 와세다대학 입학과 동시에 극단 자유무대에 들어가 연극의 길로 들어섰다. 마침 문학좌(文学座)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일본에서 초연한 60년경에 사무엘 베케트를 읽기 시작해, 극작가로 출발하는 바로 그 시기에 베케트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베쓰야쿠가 베케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자료들은 그것이 ‘극 구조’의 발견이었음을 말해준다.
「베케트 공간의 구조」(원고지 2장)는 중요하다. 동인지 『계간 평론』 등에 기고한 평론을 모은 『말에 대한 전술』(1972)의 「II 연극과 그 문체」에는 아베 고보(安部公房)나 페르난도 아라발(Fernando Arrabal) 등에 관한 평론이 실려 있고, 모두 『고도를 기다리며』를 언급하고 있다. 그 토대가 된 것이 아마 이 메모일 것이다. 두 장의 원고지에는 베케트 공간의 구조와 언어 분석, 아베의 『친구』에서의 발췌, 아라발의 『전쟁터의 소풍』에 대한 언급이 보인다. 이를 통해 베쓰야쿠가 베케트의 극 구조를 밝히고 독자적인 드라마투르기에 응용하기 위해 아베와 아라발을 동시에 비교 검토했음을 알 수 있다.
「아베(阿部) 고-보-[원문대로] 『친구』」라는 제목의 노트도 이 책의 평론 「연극에서의 언어 기능에 대해 아베 고보(安部公房) <친구>에서」(초출 『계간 평론』, 1972)를 위한 메모로 보인다. 같은 책에 수록된 평론 「소극장 운동을 돌아보며」(초출 『국제문화』, 1969)에는 『고도를 기다리며』가 “연극적인 ‘표정’을 반연극적인 ‘구조’가 배신하는” 연극이라는 베쓰야쿠의 발견이 기록돼 있다. 이 노트는 그 발견을 근거로 『친구』를 검토하려 한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구조는 없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마무리되어 있듯이 베쓰야쿠는 『친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다가온 고도」 의 자필 원고는 논창사(論創社)에서 2010년에 간행된 『다가온 고도』에 수록된 희곡의 원고로 보인다. 이 책의 후기를 읽으면 고도의 도래가 ‘금지된 수법’임을 알면서도 다시 한번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웃음을 되찾기 위해 본 작품이 구상된 것을 알 수 있어,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베쓰야쿠의 일관된 애정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