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쓰야쿠 미노루(別役実)는 극작을 시작할 당시부터 사무엘 베케트를 필두로 한 부조리극의 영향을 받았다. 동시에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나 후카자와 시치로(深沢七郎) 등의 문예 작품, 동요, 창가, 고가(古歌) 등에도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창작에 도입해 양자를 조합하며 작품세계를 한층 더 세련되게 구축시켜 갔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창가의 한 구절이나 관용구를 자주 제목에 도입하게 되고 이 경향은 90년대 후반 이후 더욱 두드러진다. 주요 작품으로는 『거품 일었다, 끓어 올랐다』(1976), 『춤춰라 춤춰라 달팽이』(1978), 『금란단자(金襴緞子)의 띠를 매면서』(1997) 등이 있다.
베쓰야쿠가 동요나 고가 등을 통해 확인하려 한 것은 예로부터 존재하는 예능의 감촉이며 그것은 ‘근대’를 의심하기 위한 단서이기도 했다. 전근대 예능에 대한 관심은 초기 대표작인 『코끼리(象)』에 등장하는 병자(病人)의 미세모노(見世物)성 등에서도 발견된다. 그 배경에는 60년대에 일어난 전근대 문화 예능을 발판으로 한 ‘근대 극복’의 흐름이 있는데, 베쓰야쿠의 경우는 그러한 시대성을 넘어 생애를 통해 전근대 예능에서 원초 언어의 모습을 계속 모색해 갔다.
필생의 과업이기도 했던 「소요소요(そよそよ)족 시리즈」는 그 탐구 작업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베쓰야쿠가 시도한 것은 언어를 둘러싼 투쟁이다. 베쓰야쿠에 의하면 에도시대에는 두 종류의 말―논리적이고 구조적인 ‘마스라오부리(益荒男ぶり)’와 감각적이고 의성어를 특징으로 하는 ‘다오야메부리 (手約女ぶり)’의 말이 존재했다. 베쓰야쿠는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파괴되어 가는 ‘다오야메부리’ 의 말을 ‘소요소요족’이라는 실어증 일족으로 묘사해 되살리려 했다.
본 전시에서는 동요 「새색시 인형」과 「보름달님」 등을 옮겨 적은 원고와 창가 등을 제목으로 도입한 작품의 관련 자료로 베쓰야쿠가 전근대 예능과 언어에 쏟은 관심의 일단을 소개하고 ‘소요소요족’ 시리즈에 이르는 여정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