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쓰야쿠 미노루(別役実)는 『계간 평론』에 투고하며 평론에도 힘을 쏟았는데, 197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범죄 평론을 많이 집필하게 된다. 아울러 이때부터 실제로 벌어진 범죄를 취재한 범죄극도 다루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범죄극은 50년대에 일어났던 토막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춤춰라 춤춰라 달팽이』(1978), 미국의 신흥종교단체의 집단 자살 사건을 취재한 『마더, 마더, 마더』(1979), 가정 내 범죄를 다룬 『나무에 꽃 피다』(1980), 아마가사키(尼崎) 연속 변사 사건에서 착상한 『저 아이는 누우구, 누구일까요』(2015) 등이 있다. 많은 젊은이가 신흥종교에 매료됐던 80년대에 베쓰야쿠는, 범죄는 항상 시대의 전형이지만, 최근의 범죄는 해독하기 어려워져 그 ‘불가해성’이 우리의 ‘생활 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베쓰야쿠는 범죄의 불가해성을 알기 쉽게 의미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메커니즘을 해명하려 한다. 범죄 평론이나 범죄극은 그것을 위한 절차였다. 베쓰야쿠에 의하면 옴진리교로 대표되는 신흥종교 사건의 배경에는 일본 사회의 ‘아버지 부재’가 초래한 ‘가족 붕괴’가 있다. 가족 붕괴로 관계 부전에 빠진 사람들이 이른바 ‘폭발한(キレる) 17살 사건’이라 불리는 범죄를 일으키게 되었다. 베쓰야쿠는 81년 『베쓰야쿠 미노루 범죄 신드롬』을 간행하고 나서 2002년 『「모성」의 반란 헤이세이(平成) 범죄사건부』까지 십여 권에 걸쳐 범죄 평론을 출판하며,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의 범죄를 통해 현대사회의 실상을 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