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일요극장’은 도시바 그룹이 단독으로 제공하는 드라마로 1956년에 시작됐다. 2002년부터 복수 기업이 제공하게 되면서 ‘일요극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현재까지 방영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주마다 다른 드라마를 방송하는 단막극 편성이었으나 1993년부터 연속극으로 전환되었다. 이시이 후쿠코는 1958년 <하시즈쿠시>를 제작한 이래 연속극으로 바뀔 때까지 35년간 프로듀서로서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초기 걸작으로는 아버지 이시이 간(伊志井寛)가 주연한 <마누라와 나>(カミさんと私) 시리즈(1959~1972)를 들 수 있다. 또한, 1964년의 <사랑과 죽음을 바라보며>(愛と死をみつめて)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작 드라마이다. 각본을 쓴 하시다 스가코는 훗날 <여자의 집>(おんなの家) 시리즈(1974~1993)와 1,200회 기념 <여자들의 추신구라 목숨 불타오를 때>(女たちの忠臣蔵 いのち燃ゆるとき, 1979)를 집필하는 등 ‘도시바 일요극장’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같이 뛰어난 각본가와 손잡고 관계를 이어간 것이 이시이 씨의 중요한 공적 중 하나일 것이다. 히라이와 유미에 (平岩弓枝)와는 <여자와 된장국>(女と味噌汁, 1965~1980)과 <시정의 여자>(下町の女, 1970~1974) 등으로 인기 시리즈를 만들어 갔다. 그 밖에도
<수>(寿, 1961) 이래, 많은 작품에 참여한 마쓰야마 젠조(松山善三), <새색시>(花嫁, 1977) 등 여러 오리지널 각본을 쓴 무코다 구니코(向田邦子), <아버지>(父, 1971)와 1,300회 기념 <출항>(出航, 1981) 등의 중요 작품을 집필한 야마다 요지(山田洋次) 등 쟁쟁한 인물들이 각본가로 ‘도시바 일요극장’에 참가해 왔다.
단막극 시절 ‘도시바 일요극장’의 큰 매력은 매주 다른 드라마가 방영되어 다양한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연속극이 주류가 된 지 오래인 지금의 텔레비전과는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즈물도 연속극처럼 매주 편성되는 것은 아니어서 인기 시리즈가 방영되는 날이면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드라마와 재회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시이가 ‘도시바 일요극장’에서 보여준 많은 드라마는 가정을 무대로 한 홈드라마였다. 또한, 이 프로그램에서 히라이와와 하시다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억척 어멈>(1968~1972), <고마워>(1970~1975), <세상살이 원수 천지>(1990~2019) 같은 홈드라마 걸작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홈드라마 역사는 ‘도시바 일요극장’에서 이시이가 제작한 작품군 위에 성립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